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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시 갤러리잘못 산 댓가 ( 어느 주부의 수기​ )
BY 영만샘2024-03-01 07:2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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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산 댓가 ( 어느 주부의 수기​ )

  “저 이제 남편과 이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니 준비라기보다는 일방적으로 요구를 한다는 게 맞겠네요.”

남편은 계속 비웃으면서 "어디 니 맘대로 해봐"라면서 제 마음을 아프게 하고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내가 벌을 받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 남편과 10년 전에 결혼을 했고 아들 2명과 같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면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약 5년여 전 문제가 생겼지요. 홀로 사시던 시어머니가 큰 수술을 하신 후 거동이 많이 불편해지셨지요.​

걷지 못하시는 건 아니고 절룩거리며 걷는다고 해야 맞겠네요.

당뇨도 있으셔서 병원도 정기적으로 다니셔야 하고요. 그때 남편이 이제 어머니를 모시고 살자고 하더군요.

그런데 시어머니를 모시고 산다는 생각을 하니 너무 암담하더군요.​  

그래서 남편한테 가까운데 어머니 방을 얻어드리고 자주 찾아뵙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이 그럴 수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요.

시어머니한테 자식이라곤 제 남편 한 명 뿐이니 남편이 그러는 게 이해는 갔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산다는 건 너무 싫었지요.

그때 남편과 사네 못 사네 그러면서 다투다가 결국 어머니를 모시지 않기로 했어요.

그런데 그 후 2년이 지나서 시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그때 장례식에서 남편이 얼마나 통곡을 하던지요.

"어머니 어머니를 모시고 살지 못해서 죄송해요" 하고 울던 남편의 그 모습에 죄책감도 느꼈고요.

  다시 생각해 보니 그렇게 빨리 세상을 버리실 줄 알았으면 모시고 살걸하는 후회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일이 저한테 닥쳤습니다. 제 친정엄마도 몸이 좋지 않으시시지요.

아버지가 엄마와 같이 살면서 어머니를 간호하고 보살펴 주셨는데 아버지가 작년에 돌아가셨어요.​

  졸지에 몸이 안 좋은 엄마만 남았지요. 그래서 오빠 2명한테 엄마를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물었습니다.

그런데 새언니들이 모두 엄마를 모시고 살 거면 이혼 도장부터 찍으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해서 엄마 모실 엄두를 못 낸다고 하더군요.​

  순간 머리가 띵하더군요. 꼭 그때의 내 모습이 생각나서요.

하지만 울 엄마 나를 특히 예뻐하셨어요.

아들인 울 오빠들보다 저를 더 많이 챙겨주시고 교육 시켜 주시고. 나마저 엄마를 외면할 수 없어 남편한테 '엄마를 우리가 모시고 살면 안 될까?' 라면서 염치는 없지만,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남편의 대답이 "너 사람 맞냐? 울 어머니 아프시고 자식 나 하나인데도 모시기 싫다고 해놓고 형님들 다 놔두고 우리가 모시자고? 이거 미친년 아냐?"라는 쌍소리와 함께요.​

아마 시어머니 때가 생각난 모양입니다.

  네! 남편한테 그런 소리 들어도 할 말 없지요. 엄마 못 모신다는 새언니들 이야기 듣고 저도 새언니들을 속으로 그렇게 욕했으니까요.

하지만 엄마는 하루하루 계속 아프시고 누구 하나 곁에서 돌봐 드리는 사람 없이 둘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남편한테 "그래, 나 당신이 보면 나쁜 년에 미친년 맞아,

하지만 나 울 엄마 저렇게 둘 수 없어 우리 이혼하고 재산 분할해" 하면서 말했습니다.​

  남편이 비웃으면서 말하더군요. "너 진짜 미쳐서 분간 못하는구나, 내가 왜 이혼해?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내가 바람을 피웠니, 너를 때리기를 했니? 돈을 안 벌어 왔니? 이혼 사유가 없는데 내가 이혼을 왜 해?"​

  "정 이혼하고 싶으면 해 줄게, 대신 니가 일방적으로 원하는 거니까 너는 몸만 나가 재산분할? 웃기고 자빠졌네.

우리 애들 너한테 배울까 봐 애들은 내가 키워 너 혼자 나가"

  세상에 나 하나만을 사랑해주고 우리 가족의 든든한 방패막이였던 남편의 그런 말을 들으니 하늘이 무너지더군요.

  아무리 내가 과거에 잘못했어도 나를 이해해 주길 바랐는데 나의 욕심이었나 봅니다.

주위에 알아보니 저 같은 경우에는 이혼소송을 할 수도 없다고 하더군요.

  소송 거리 자체가 안된다나요. 합의 이혼밖에는 없다고 하는데, 남편은 내가 재산 포기하고 애들 포기하면 해주겠다는 말만 합니다.

  저는 정말 어떡해 해야 할까요? 합의 이혼이라도 하고 엄마와 같이 살아야 할까요?

아니면 남편이 용서하고 이해해 줄 때까지 빌고 또 빌어야 할까요.

제가 시어머니 외면해서 벌 받는 걸까요?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남편과 끝낼 수도 없고 엄마를 모른 체 할 수도 없고 새언니들과 오빠한테 아무리 말하고 부탁해도 해결책은 나오지 않아요.

정말 하루하루 눈물만 납니다.”​ 마음이 행복을 느낄 때면 큰일도 웃으며 넘길 수 있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는 작은 삶의 무게도 버거워합니다.

  행복과 불행, 근심, 걱정은 모두 마음에서 비롯되죠. 지금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니,

세상은 향기로운 봄꽃처럼 그리 아름답지만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천만년을 사는 것도 아니건만 왜들 저렇게 욕심에 차 있는지요.

서로에 피를 말리는 전쟁을 하는 것 같아요. 사람의 향기는 마음으로 전해진다죠.

가장 낮은 자세로 피어있는 오늘 하루도 하는 일마다 기쁨이 되고 숨 쉬는 순간마다 즐거움과 사랑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나무는 가을이 되어 잎이 떨어진 뒤라야 꽃피던 가지와 무성하던 잎이 다 헛된 영화였음을 알고 사람은 죽어서 관뚜껑을 닫기에 이르러서야 자손과 재화가 쓸데없음을 안다."

 

 -'채근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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