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해 아침 읽을 첫 책으로 달라이 라마와 데스몬드 투투의 대담집을 찾아 들었다.
이미 읽은 책을 다시 찾은 이유는 얼마전 타계한 투투 주교를 추모하는 의미와 제목처럼 새해는 삶의 순간들에서
기쁨을 발견하고자 하는 의지의 마음이었다.
영적 스승, 종교 지도자의 대담집이지만 살아온 인생을 통해 깊은 내공을 가진 두 어른의 지혜로운 이야기가 담겼다.
할아버지 두 분이 인생과 세상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곁에서 듣다가 괜히 마음이 따스해지고 환해지는
느낌이랄까. 거창하고 어렵게 말하지 않고 단순한 말로 사람 마음을 밝혀 주는 일. 그게 종교의 힘이자 역할 아니겠나.
내공은 이렇게 (단련 된) 단순함에서 우러 난다.
새해에 기대어 어떻게 살까 생각해 본다. 맡겨진 밥벌이 열심히 하고 매일같이 밥을 하며 가족을 건사하기. 친구들과
시간과 마음을 나누면서 즐겁게 살아가기. 혼자서는 더 깊은 고독과 침묵으로 들어가기. 내가 있는 곳에서 선한 힘이
되어주기. 거기에 더해 작은 모임 하나 꾸려보기. 생각 해 보니 달라질 일 별로 없다.
새해 비전과 사명을 세우고 거창하게 떠들던 때가 언제였나 싶다. 제 그릇을 알고 분수대로 사니 인생이 가볍고 즐겁다.
올 한해도 꿈은 소박하게, 삶은 단순하게, 발걸음은 발랄하게 살아 봐야지. 올해의 마지막에 ‘돌아보니 발자국마다
은총이었네’라 고백 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