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간강사 발언 관련
윤석열 후보 규탄 긴급 기자회견
(2021. 12. 16. 국민의 힘 당사 앞)
윤석열 후보님, 대학 시간강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닙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부인 김건희씨를 향한 더불어민주당의 허위 경력 의혹 제기에 “시간 강사를 어떻게 뽑는지
현실을 잘 보시라.”고 말했다고 한다. 윤석열 후보가 말한 현실은 이러하다. “시간 강사라고 하는 것은 전공 이런 것을 봐서
공개 채용하는 게 아니다.”, “어디 석사 과정에 있다, 박사 과정에 있다 그러면 그냥 얘기(시간 강사 지원)를 하는 것”이라며
“공채가 아니다. 무슨 채용 비리 이러는데 (정식 교수를 뽑을 때처럼) 자료를 보고 뽑는 게 아니다.”
<머니투데이, 2021. 12. 15.>
대학 시간강사의 현실을 좀 아는 우리가 한마디 해 볼까 한다.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는 시간강사로 뽑힌 게 아니다.
김건희 씨는 지난 2007년 수원여자대학교 겸임교수에 지원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겸임교수는 시간강사와 달리 순수 학술
이론 과목이 아닌 “실무․ㆍ실험ㆍ실기 등 산업체 등의 현장실무 경험을 필요로 하는 교과를 교수하게 하기 위한 사람으로서
원소속기관에서 상시적으로 근무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근무경력이 3년 이상인 사람 중에서 채용”한다. 겸임교수는 저러한
자격조건을 갖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채용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 때문에 부인 김건희씨도 그에 적합한, 그리고 동시에
다른 경쟁자들보다 더 돋보일 경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김건희씨가 “돋보이려고 한 욕심”이었다며 “그것도 죄라면 죄”
(YTN, 2021. 12. 14.)라고 해명했던 것도 이때문일 것이다. 즉, 겸임교수는 무슨 자료도 보지 않고 그냥 뽑는 게 아니다.
수원여대에서 그랬다면 심각한 채용비리가 있었던 것이고, 수원여대에서 무슨 ‘자료’를 보고 뽑았는데 그 자료에 ‘허위’가
있다면 심각한 문서 위조가 된다.
물론 윤석열 후보는 “겸임교수라는 건 시간 강사”라며 “현실을 좀 잘 보고 관행이라든가 이런 것에 비추어 어떤 것인지를 좀
먼저 보시라.”고 함으로써 겸임교수가 사실상 시간강사와 다를 바 없는 현실을 잘 알고 있음을 내비쳤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 노조는 그동안 시간강사와 다를 바 없는데 겸임교수로 채용하는 대학의 잘못된 관행을 시정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대학이 진작에 겸임교수의 자격조건과 사용사유를 철저하게 준수하여 채용해 왔더라면 윤석열 후보의 오늘과
같은 발언이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 후보의 부인으로서 이제 공인이 된 김건희 씨가 수원여대에 제출한 재직증명서가 가짜냐 아니냐의 문제도 중요한 검증
대상이지만 우리 대학 강사들의 입장에서 볼 때 “시간 강사라고 하는 것은 전공 이런 것을 봐서 공개 채용하는 게 아니다.”라는
윤석열 후보의 발언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이 발언을 들은 전국의 대학 강사들은 심한 모멸감을 느꼈을 것이다. 분명히 하자.
대학에서 강사를 뽑을 때에는 당연히 전공을 보고 뽑는다. 대학은 고등교육기관이며, 대학의 시간강사들은 바로 그 고등교육
기관인 대학에서 강의한다. 그런데 대학의 시간강사들이 자신의 전공과 무관하게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학이 아무리 엉망진창이라 하더라도 그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하나 더 덧붙이자면, 2007년 당시와 달리 지금은 강사들도 공개 채용을 거쳐 선발하며, 정식 교수를 뽑을 때처럼 자료를
보고 뽑는다. 대학에서 그 하찮은(?) 시간강사라도 해볼라치면 실질적으로 5년 이상의 연구경력이 있어야 하고 그에 상응하는
연구업적도 있어야 한다. 그러고도 연 수입이 2천만 원도 넘기지 못하는 1년짜리 비정규직에 불과하여 당장 내년을 기약할 수 없고,
다음 공채를 위해 배를 곯아가면서 학술연구에 몰두해야 한다. 이러한 사정은 2007년에도 마찬가지였다. 윤석열후보는 9수를
하셨다고 하니 시간강사의 이러한 고통을 그 누구보다 잘 아실 것이다.
그러니 윤석열 후보는 대학강사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시기 바란다.
물론 한국의 대학은 많이 망가져 있는 곳이기는 하다. 교직원들의 비리로 점철되어 있고, 채용 비리 역시 숱한 곳이기도 하다.
윤석열 후보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대학이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특히 대학
강사들의 고용 보장과 처우개선을 위한 대선공약을 수립하여 발표해 주시기 바란다.
2021년 12월 16일
전국교수노동조합 /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