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와 원치 않게 불법체류자가 된 청소년의 추방을 유예해주는 다카(DACA) 제도가 15일로 시행 10년을 맞았다.
2012년 6월 15일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도입된 이 프로그램은 불법 체류 청소년들이 추방을 면하고 학업과 취업을 이어갈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제도의 수혜자는 '드리머'(dreamer)라고 불린다.
미 이민정책연구소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 80만 명 이상이 다카의 혜택을 받았고, 현재는 61만여 명이 다카 지위를 갖고 있다. 애초 불법 이민자였거나, 합법적으로 입국했지만 비자 만료 후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아 불법 체류자가 된 부모의 자녀들이다.
중남미 국가 출신이 대부분의 대상자지만, 아시아권에서는 한국 출신이 6천여 명으로 가장 많아 한인과도 무관치 않은 제도다.
2019년에는 하버드대를 졸업한 한인 박진규 씨가 다카 수혜자 중 처음으로 로즈 장학생에 선발돼 미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한인을 중심으로 다카 유지운동을 펼치는 시민단체까지 있을 정도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이민제도 개혁 입법이 공화당의 반대에 가로막히자 2012년 행정명령을 통해 다카 제도를 시행했다.
만 16세 이전에 미국에 도착해 2007년 6월 기준 미국에 거주 중인 불법 체류 청소년이 미국에서 거주하며 취업할 통로를 마련한 것이었다.
다만 이들은 2년마다 거주와 취업 허가를 갱신할 수 있지만, 영주권과 시민권을 부여하는 수준으로까진 나아가지 못했다. 의회의 입법 완료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자는 의도도 반영된 조치였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반(反)이민 성향이 강한 공화당의 저항으로 아직도 법적 분쟁에 휘말려 있다.
불법 이민을 차단하기 위해 멕시코 국경장벽까지 건설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이 프로그램을 종료했다.
다카 혜택을 보던 드리머들이 추방될 위기에 내몰린 것이었지만, 연방대법원은 이듬해 6월 행정부가 다카 폐지에 대한 충분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며 제동을 걸었다.
친이민 정책을 표방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다카와 관련한 별도의 법원 판결로 타격을 받은 상황이다.
공화당 주지사가 있는 텍사스 등 8개 주는 다카 제도를 없애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7월 텍사스주 판사는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해당 판사는 이미 등록된 드리머의 경우 상급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혜택을 유지한다고 결정해 대규모 추방은 피했다. 관련 소송은 상급심에 계류돼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다카 요건을 충족하는 이들의 신청을 계속 받지만, 승인은 내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초기인 지난해 2월 다카 수혜자가 즉시 영주권을 받고 3년 뒤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안을 내놨지만, 법적 분쟁과 공화당의 반대로 입법은 요원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실제로 민주당이 다수석인 하원은 작년 3월 이런 내용을 담은 법안을 처리했지만, 여야 동수인 상원에서 가로막혀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다카 프로그램은 미국에 주는 놀라운 혜택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는 정치인들 탓에 여전히 취약하다며 의회가 이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할 길을 제공해야 한다고 입법을 촉구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영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 역시 이날 20명이 넘는 드리머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다카의 보호 조치 유지 필요성을 강조하는 일정을 마련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카 프로그램을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 재임 시 이룬 가장 자랑스러운 업적의 하나로 생각한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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