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에 관한 후문>
내 어깨 위에 산이 올라앉았다
이름 붙은 병 두어 가지
친구하는 나이지만
작은 통증에도 심장이 먼저 뛴다
다섯 자식 강물 만들어
바다로 흘러보내느라
심장을 맷돌에 갈며
사신 내 어머니
아프다 아프다는 주문
인사말이 된 지 오랜데
나는 무심해서 이미
너무 흘러왔다
나도 어느새 어머니 나이에 앉아
심장은 하루하루 얇아져 가고
눈만 뜨면 자명종처럼
고스란히 대물려받았다
내 말 귀담지 않고 비워내며
멀리 흘러가는
그 세월까지 물려받았다
ㅡ김다희, <봄의 시퀀스> ㅡ
중년의 뒤안길에 만난
고향 교회 언니들
각자 인생에서 퍼낸
한 덩이 묵직한 체험을
함께 나누며
세상의 슬픔에
나의 슬픔을 하나 더
보태기 보다
지혜로 녹여내는
아름다운 우리들
몸에 맞는 옷처럼
참 편안한 시간이다
봄빛에 몽롱하고
꽃사태에 아찔하고
언니들 사랑에
풍덩 빠진 날이다
봄은
온세상에 은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