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음껏이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짧고 간결하지만 모든 내어줄 수 있을 것 같은 단단함이 느껴져서.
필기구를 챙기지 못해 안절부절못했던 소심한 열여덟의 나.
처음 간 동아리방에서 내내 눈치만 살피던 중, 한 선배의 필통에서 볼펜 몇 자루를 발견하고는 큰 용기를 내어 말을 건넨 기억이 있다.
“선배님 정말 죄송한데, 볼펜 한 자루만 빌려주실 수 있나요?” 그리고 그 선배는 흔쾌히 말했다.
“아, 볼펜? 마음껏.” 완전하고도 완벽한 허락이었다.
그때의 기억을 더듬으며 나는 여전히 마음껏, 이 말을 쓰려고 노력한다.
말을 건넨 후 상대가 느끼는 무한 신뢰와 단단함을 느낄 수 있어서, 소심한 열여덟의 내가 느낀 추억을 더듬을 수 있어서.
우리의 관계 안에서도 마음껏이라는 말이 자주 쓰였으면 좋겠다.
가끔 불안하고 흔들릴 때마다 서로를 잡아줄 수 있는 단단한 말이 필요하니까.
서로에게 조금 더 기대더라도 쓰러지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필요하니까.
내가 너의 어깨를 빌려도 될까. 나 잠시 울어도 될까.
마음껏
-작은 별이지만 빛나고 있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