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경기가 갈수록 나빠지는 상황에서 수출 전선에도 잔뜩 먹구름이 끼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부동산 거품이 빠지고 지방정부 부채가 쌓인 데다 미국과의 갈등 여파로 올해 목표 성장률 5%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은 두 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확률이 높아지면서 한국이 관세 폭탄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불길한 전망이 나온다. 수출은 이달 들어 20일까지 감소세로 전환했다. 조업일수가 줄어든 탓이지만 수출 회복을 이끌었던 반도체의 기저효과가 사라지면 회복세가 꺾일 수도 있다.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내수에 더해 수출에도 이상이 생기면 한국 경제는 침몰할 위험이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수출 중심의 회복’이라는 거짓 주문만 외우고 있다. 미국에 지나치게 쏠린 외교로 수출 다변화를 위한 운신 폭도 쪼그라든 상태다. 국제통상 전문가 “미국 대선 후 한국 벼랑 몰릴 수도”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제통상 전문가인 제프리 샷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 16일 개최된 세계경제연구원 온라인 세미나에서 미국 대선 이후 한국 경제가 벼랑에 몰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하면 보호무역 조치들이 강화되며 자동차와 반도체 등 한국 주력 제품에 대한 수출 제한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한국의 이익을 보호해줄 것으로 막연히 기대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제프리 샷 연구원의 예측은 미국이 한국의 최대 무역 흑자국이라는 점에서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해마다 역대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까지 대미 무역 흑자액은 399억 달러에 달한다. 한국 전체 무역수지 흑자액 368억 달러를 훌쩍 넘는 액수다. 2020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홍콩과 베트남, 중국에 이어 한국의 네 번째 무역수지 흑자국이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국과 중국 갈등 여파로 세계 공급망이 재편되며 대미 수출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20년 166억 달러였던 대미 무역수지 흑자액은 2021년 227억 달러에서 2022년 280억 달러, 2023년 444억 달러로 매년 역대 최대 실적을 찍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올해 대미 흑자액은 작년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미 무역 흑자 급증…트럼프 보호무역 희생양 되나 한국의 대미 흑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미국 쪽에서 보면 적자가 커진다는 뜻이다. 2021년 전까지 한국의 미국 무역수지 적자국 중 14번째였는데 올해 8위로 상승했다. 트럼프는 “관세는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언급할 정도로 보호무역주의에 기울어진 사람이다. 그가 집권하면 무역 흑자를 트집 잡아 한국에 대해 여러 수단으로 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 트럼프는 중국산은 물론 다른 나라 수입품에 대해서도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한국을 포함해 동맹국에도 얼마든지 관세 폭탄을 투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 경제가 성장 동력을 잃고 있는 것도 대형 악재에 속한다. 대미 수출이 크게 늘었으나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이다. 다소 과장해 말하면 중국이 기침하면 한국은 감기에 걸릴 만큼 양국 경제는 밀접한 관계에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커지면서 한국 기업들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경제가 좋지 않으면 우리 수출이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대중 수출 규모가 확연하게 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최대 수출국 중국 경제성장률 5% 달성 적신호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21일 사실상 기준금리에 해당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3개월 만에 다시 인하했다.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4.6%로 기대 이하로 나오자 유동성을 확대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것이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소폭 상승했으나 지난 2분기 내리막을 타고 있다. 작년 3분기 4.9%, 4분기 5.2%, 올해 1분기 5.3%를 기록했다가 올해 2분기에는 4.7%로 다시 떨어졌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내수 침체가 이어지는 데다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으로 수출 성장세가 둔화했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며 지방정부 부채가 폭증했고 집값이 급락하는 상황이라 정부의 임기응변식 부양책이 효과를 보기는 쉽지 않다.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미국과의 갈등이 증폭되며 수출 회복도 힘들어질 것이다. 한국의 최대 교역국 1, 2위를 다투는 미국과 중국발 대형 악재가 덮친 상황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수출 기업의 경쟁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반도체가 주도했던 수출 회복세도 둔화 수출 전선에 이상 조짐은 벌써 나타나고 있다. 이달 들어 20일까지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 감소했다. 정부는 조업일수가 줄어든 영향이라고 하지만 세부 내용을 보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10대 수출 품목 중 반도체와 컴퓨터 주변기기를 제외한 제품의 수출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으로 가는 수출량도 눈에 띄게 줄었다. 전체 수출에서 20% 정도를 차지하는 대중 수출액 역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 내수 회복은 요원하고 수출 전망이 어두운데도 정부는 6개월째 ‘내수 회복 조짐’ ‘수출 중심 경기 회복’ 주문만 반복해 강조하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은 당면한 경제 위기 극복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할 위험이 더 크다. 지난해 10월부터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섰기 때문에 이제 기저효과도 사라질 것이다. 내수와 수출이 모두 깊은 수렁에 빠지는 ‘진실의 순간’이 임박했다는 뜻이다. 지금은 막연한 낙관에 젖어 희망 사항만 늘어놓을 때가 아니다.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