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를 보면 8월 경상수지는 66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상품 수지가 65억 9000만 달러로 지난해 4월 이후 17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간 요인이 컸다. 특히 수출이 574억 5000만 달러에 달해 1년 전보다 7.1% 증가했다. 작년 10월 이후 1년 2개월 만에 전년 동월 대비 반등한 뒤 11개월째 증가하는 추세다. 수출을 견인한 품목은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기기와 반도체로 각각 44%와 38.3%가 늘었다. 이처럼 반도체 수출이 증가하고 있는데도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고 주가도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인공지능(AI)에 탑재하는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개발에서 한발 늦은 데다 주력 품목인 D램 수요와 가격이 하락하며 실적 전망에 먹구름이 낀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위기를 타개할 뚜렷한 비전과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메모리 반도체 글로벌 1등이라는 성공의 함정에 빠져 시장 판도가 PC에서 모바일로, 범용에서 AI 반도체로 바뀌는 흐름을 놓친 탓인데 여전히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3분기 잠정실적 시장 전망치 밑돌아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9조 1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공시했다. 업황이 부진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4.49% 증가한 금액이다. 3분기 매출은 17.21% 늘며 79조 원을 기록했다. 지난 2022년 1분기 77조 7800억 원을 뛰어넘어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시장 평가는 냉담하다. 영업이익과 매출 모두 시장 전망치보다 낮기 때문이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한 달간 보고서를 발표한 증권사 18곳의 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10조 3047억 원, 매출은 80조 8700억 원이었다. 이것도 보수적으로 본 결과다. 증권업계는 한 때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이 14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스마트폰과 PC 판매가 예상보다 저조한 탓에 주력 제품인 범용 D램 시장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의 9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보다 17.07% 하락해 작년 4월(-19.89%)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 제품의 가격도 전월보다 11.44% 내렸다고 8일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AI 시장이 커지며 주목받고 있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경쟁에서 밀리자 삼성전자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메모리 수요 회복 지연…4분기 실적도 불투명 삼성전자는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며 내놓은 설명 자료에서 “메모리 사업은 서버와 HBM 수요가 꾸준하게 늘고 있으나 일부 모바일 고객사의 재고 조정과 중국 메모리 업체의 범용제품 공급 증가 영향을 받은 데다 초과이익성과급(OPI) 등 일회성 비용이 빠져나간 영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판매로 6조 원가량의 수익을 냈으나 비메모리 사업에서 적자가 이어져 반도체 사업부의 3분기 영업이익이 5조 원대 안팎일 것으로 본다. 모바일(MX) 사업은 2조 5000억 원, 디스플레이 부문은 1조 원대 중반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업계에서는 4분기 실적도 낙관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연말까지 범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살아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에 공급할 HBM3E의 성과가 4분기 안에 나올지도 미지수다. AI용 고성능 메모리 사업의 이같은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실적과 주가가 동시에 회복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HBM 투자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AI 반도체 경쟁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리는 처지가 됐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기업의 체면을 구긴 것이다. 반도체 부문장 ‘실적 부진’에 이례적 사과 메시지 3분기 잠정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밑돌고 주가가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하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수장인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은 8일 이례적으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위기 극복 방안으로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 복원, 철저한 미래 준비,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 혁신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단기간 안에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삼성그룹 총수이자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 회장은 지난 10년간 삼성전자를 경영하며 뚜렷한 비전과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과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등으로 재판받으며 경영에 집중하지 못한 이유도 있겠으나 능력에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 총수인 이 회장이 바뀌지 않으면 반도체 사업부문장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경영진 총체적 난국 극복할 수 있을까 올해 들어 추락하고 있는 반도체 명가 인텔 사례는 삼성전자에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진다. 인텔은 모바일과 AI로 시장이 바뀌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생존이 어려운 기업이 되고 말았다. 올해 들어 적자 폭은 더 커지고 있다. 2분기 적자만 16억 달러가 넘는다. 뉴욕증시에서 인텔 주가는 6개월 만에 40% 이상 떨어졌다. 미국 반도체의 자존심이자 1980년대 주력 사업을 메모리에서 비메모리로 성공적으로 전환했던 인텔이 이런 꼴이 될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텔과 삼성전자는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각각 비메모리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오랜 기간 글로벌 1등이라는 점에서 닮았다. 인텔과 마찬가지로 삼성전자 주가도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는 중이다. 시가 총액이 6월 말 487조 원에서 3개월 만에 367조 원으로 120조 원가량 감소했다.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10월 이후 최저치로 쪼그라들었다. 많은 개인투자자는 ‘국민주’ 삼성전자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고 있다.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이 총체적 난국을 넘어설 수 있을까. 인텔을 보면 해법을 찾아야 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