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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코너네타냐후의 '학살 패턴'…일단 저지르고 생각은 다음에
BY 민들레2024-10-01 15:2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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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그야말로 호시절이다. 하나의 역사적 전환점인 듯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8일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암살과 관련해 "나스랄라는 이란 '악의 축'의 중심, 핵심 엔진이었다"라며 이렇게 주장했다. 뉴욕 유엔총회 연설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후 귀국한 직후 영상 연설을 통해서였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이 전했다.

 

27일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근교의 하레트 흐레이크에서 주민들이 불길에 휩싸인 이스라엘군의 폭격 현장을 둘러 보고 있다. 2024. 09. 27 [AP=연합뉴스]
27일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근교의 하레트 흐레이크에서 주민들이 불길에 휩싸인 이스라엘군의 폭격 현장을 둘러 보고 있다. 2024. 09. 27 [AP=연합뉴스]

 

 

네타냐후, 나스랄라 암살 이스라엘군 치하

"그야말로 호시절, 하나의 역사적 전환점"

네타냐후는 그는 "1년 전 10월 7일 적들은 우리를 공격하고 이스라엘이 소멸의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공격에 공격을 거듭하고 성취에 성취를 거듭한 1년 후 그들은 그런 희망이 어떻게 부서졌는지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텔아비브의 이스라엘국방군(IDF) 본부를 방문해 나스랄라 암살 작전을 치하하고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에도 경고했다. 네타냐후는 "우리를 때리는 자들을 우리는 때릴 것이다. 이란이나 중동에서 이스라엘의 긴 팔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 오늘 너희는 이 말이 얼마나 진실인지 알게 됐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네타냐후는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앞으로 며칠 간 중요한 도전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전날인 27일 이스라엘군은 F-15I 전투기 편대를 동원해 헤즈볼라 지휘부 회의가 개최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남부 외곽에 위치한 다히예를 폭격해 나스랄라를 암살했다.

 

28일 이스라엘 북부 어퍼 갈릴리 지역에 이스라엘 육군의 주력 탱크들이 배치돼 있다. 2024. 09. 28 [AFP=연합뉴스]
28일 이스라엘 북부 어퍼 갈릴리 지역에 이스라엘 육군의 주력 탱크들이 배치돼 있다. 2024. 09. 28 [AFP=연합뉴스]

 

이스라엘, 3일 애도 기간에도 융단 폭격

레바논 국경에 이스라엘 탱크 속속 집결

이에 헤즈볼라는 성명을 통해 "적과의 성전을 계속하겠다"고 선언했고, 이란의 최고지도자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도 "사악한 (이스라엘) 정권에 맞서고 있는 이들을 돕기 위해 가지고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다른 중동 지역으로 확전 위험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이에 미국과 서방국은 외교적 해결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프랑스 외무부는 성명에서 "우리는 레바논 당국 및 역내 파트너들과 연락해 불안정이나 소요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고, 이탈리아도 성명을 통해 "우리는 분쟁 당사자 간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 모든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성을 확인한다"며 국제 사회의 대응을 촉구했다.

그러나 네타냐후는 마이동풍이다. 레바논이 암살된 하스랄라에 대한 사흘간의 애도에 들어갔는데도, 28일 이스라엘 전투기들은 쉼 없이 레바논을 융단 폭격하는 한편 레바논에 인접한 북부 국경에 탱크를 비롯한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키며 본격적인 지상 작전을 준비 중이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이날 폭격으로 33명이 숨지고 195명이 다쳤다.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현재까지 누적 사망자는 모두 1030명에 달하고 부상자는 6352명으로 집계됐다.

이스라엘이 본격적인 지상전을 감행한다면 헤즈볼라와 사활을 건 전투가 예상되고, 특히 헤즈볼라의 요청에 따라 이란이 직접 공격에 나설 경우 다른 중동 지역으로 확전할 공산이 크다.

현재 중동에 4만 명의 병력을 배치 중인 미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병력을 증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란 개입 시 미국의 개입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중심가에 있는 '그린 존' 게이트 앞에서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지지자들이암살된 헤즈볼라 수장인 하산 나스랄라(맨 왼쪽)의 초상화 등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2024. 09. 28 [EPA=연합뉴스]
28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중심가에 있는 '그린 존' 게이트 앞에서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지지자들이암살된 헤즈볼라 수장인 하산 나스랄라(맨 왼쪽)의 초상화 등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2024. 09. 28 [EPA=연합뉴스]

 

"상의 없이 암살하고 미국에 뒷수습 요청"

레바논 사망자 1030명, 부상자는 6352명

네타냐후는 이번 나스랄라 암살 작전에 앞서 미국과 상의하지 않았으며, 일을 저지른 뒤에야 이란의 보복을 막아달라고 뒷수습을 요청했다는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28일 미국, 이스라엘 당국자 등을 인용해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로부터 "이미 작전이 진행 중"이란 통보를 받아 미국의 의견을 전달할 여지가 없었으며, 특히 이스라엘의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미국의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에게 이란의 공격 저지를 위해 미국이 작전상 조치와 함께 공식 성명 발표 요청까지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과 미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나스랄라 암살에 "정의의 조치"라고 이스라엘을 두둔했다. 바이든은 그러면서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의 지상전 개시에 대해 "휴전을 해야 할 때"라면서 긴장 완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조했다. 이에 미 정부 당국자는 악시오스에 "나스랄라가 나쁜 사람이긴 하지만 이스라엘이 우리와 상의 없이 이런 일을 하고는 이란 문제를 정리해달라고 하니 좌절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도 미국과 프랑스 등 서방이 지난 25일 유엔총회에서 확전을 막기 위한 '21일간의 휴전안'을 제시했지만, 이스라엘이 이를 묵살하고 사전 통보 없이 대대적인 나스랄라 살해 공격을 벌였다면서 이번 일로 바이든과 네타냐후 사이의 균열이 더욱 커질 걸로 내다봤다.

 

28일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의 이스라엘 국방부 청사 앞에서 하마스 억류 인질 귀환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에 전시된 가쇄가 채워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얼굴 가면들. 2024. 09. 28 [AFP=연합뉴스]
28일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의 이스라엘 국방부 청사 앞에서 하마스 억류 인질 귀환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에 전시된 가쇄가 채워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얼굴 가면들. 2024. 09. 28 [AFP=연합뉴스]

 

 

네타냐후 패턴…'일단 죽이고 생각은 다음'

미국, 계속된 살육 행보에 무기 제공 방조

그러나 먼저 학살을 저지르고 미국에 뒷수습을 요구하는 네타나후의 폭주가 실제론 미국과 서방의 사실상 '방조' 탓이란 비판도 나왔다. 토론토 거주 알자지라 칼럼니스트인 앤드류 미트로비카는 28일 자 기고에서 "오래 전인 2023년 10월 7일부터 바이든과 그 일당은 늘 네타냐후를 도왔고 무장시켰으며 외교적 보호를 해줬다"며 "그러나 네타냐후는 이들 바보에게 '꺼지라'고 응대했다"고 썼다.

미트로비카는 지난 7월 말 이란 테헤란에 축하 사절로 가 있던 하마스 최고지도자이자 휴전 협상 대표였던 이스마일 하니예를 암살한 데 이어 이번에 헤즈볼라 수장 나스랄라를 암살한 네타냐후의 극단적 행동과 관련해 미국과 서방이 늘 충격과 함께 실망을 표시한 뒤 외교적 해결책을 주장하며 이란 등의 보복 자제를 요구해온 일련의 패턴을 문제 삼았다. 그는 미국과 서방의 이런 태도가 "전쟁을 선호하는" 네타냐후에겐 씨도 먹히지 않고 "일단 죽이고 나서 생각하라"(Kill first, think later)는 메시지를 줬다고 주장했다. 그 바람에 네타냐후는 날로 대담하게 '살육 행보'의 수위를 높이고 있고 아무도 막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28일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 델라웨어주 리호보스 비치의 성 에드먼드 가톨릭 성당을 떠나면서 이스라엘 지상군의 레바논 침공이 불가피하냐는 질문에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2024. 09. 28 [AFP=연합뉴스]
28일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 델라웨어주 리호보스 비치의 성 에드먼드 가톨릭 성당을 떠나면서 이스라엘 지상군의 레바논 침공이 불가피하냐는 질문에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2024. 09. 28 [AFP=연합뉴스]

 

 

중동 전문가들 "문제는 시간도 네타냐후 편"

"미국 대선까지 기간에 최대한 밀어붙일 것"

문제는 시간도 네타냐후의 편이라고 그는 봤다. 11월 5일 미국 대선까지 37일간 네탸냐후가 무슨 일을 벌여도 퇴임하는 바이든과 선거에 여념이 없는 해리스가 '말'말고는 할 수 있는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대선에서 해리스가 승리하면 지금과 달라질 게 없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 네타냐후에겐 금상첨화다. 미트로비카는 트럼프가 재집권한다면 "가자에 대한 네타냐후의 제노사이드(집단 학살)적 파괴와 계획된 레바논 침공을 두고 멍청하게 얼버무리고 있는 미국의 말도 사라질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미국-아랍 관계전문가인 다니아 콜레일라트 카티브 박사도 이와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카티브 박사는 28일 자 아랍뉴스 기고를 통해 "네타냐후는 미국 대선까지 기간에 권력 공백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 "그는 최대 이익을 거두고자 다가올 두 달을 활용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그는 "(나스랄라) 암살로 네타냐후는 대담해지고 이제 새로은 패러다임을 강요할 기회를 보고 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폭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라면서 이번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 중동 지역의 새로운 '패자'로 자리매김하려는 게 네타냐후의 목표라고 전망했다.

 

출처: 시민 언론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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