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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코너경찰·언론·가세연이 만든 지옥과 이선균의 죽음
BY 민들레2023-12-28 12:5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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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선균 씨의 비극적인 소식을 듣고 많은 이들이 ‘너무 안타깝고 가엾은 죽음’이라고 생각하며 울컥하고 눈물을 머금고 있다. 이것은 단지 이선균 씨가 좋은 배우로서 여러 기억에 남는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해 뛰어난 연기로 감동을 주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비극적 죽음이 한국 사회의 현실과 부조리에 대해서 많은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미 몇 달 전에 윤석열 정부의 ‘마약과의 전쟁’을 비판하면서 “어떤 부작용과 희생양들이 나올지 걱정만 커진다”고 마무리 지었는데,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지난 두 달 동안 이선균 씨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경찰, 주류 언론들의 인간사냥에 가까운 조리돌림을 지켜보면서 ‘혹시 저러다가 무슨 일이 생기는 게 아닐까’하는 느낌을 떨치기 어려웠다.

이미 여러 차례 조사에도 아무 증거도 발견하지 못한 경찰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또 이선균 씨를 불러서 19시간 밤샘 조사를 했다. 그 직후에 “경찰이 유흥업소 실장에게 이선균 씨가 빨대를 이용해 마약을 흡입하는 걸 봤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는 보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가로세로연구소>같은 악랄한 사이버렉카 유튜브와 일부 황색 언론들에는 이선균 씨와 유흥업소 실장의 대화 녹음 파일까지 그대로 올라왔다.

이것은 가수 지드래곤 수사에서 철저히 실패한 경찰이, 이제 이선균 수사에 집중하면서 증거가 하나도 없으니 결국 ‘끝까지 가보자’는 식의 언론 플레이로 옭아매려고 하는구나 하는 걱정을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결국 며칠 만에 비극적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그래서, 지금 많은 사람들이 ‘한국 사회의 경찰과 언론이 어떻게 한 사람을 괴롭히고 죽음으로 몰아갔는가’를 두 달간 실시간 생중계로 지켜본 느낌을 떨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첫째로 이것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태도만 보여온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법무장관(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만들어낸 죽음이다.

핼러윈 축제에 안전 관리 인력보다 마약 단속을 위한 사복 경찰만 배치하도록 만든 것도 ‘마약과의 전쟁’이 낳은 결과였는데, 10·29 이태원 참사 이후에 윤석열 정부가 주력한 것은 희생자의 시신까지 마약 혐의로 부검하려는 시도였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나서 유가족과 시민들은 참사 1주기 집중 추모기간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준비한 것은 전혀 다른 것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태원 참사 1주기뿐 아니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여당 대패 등이 맞물린 이 시기에 연달아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은 ‘이선균, 지드래곤 마약 혐의’였다. 증거도 없는 첩보 수준의 내사 단계에서 언론에 공개부터 했다.

둘째로 이것은 ‘마약과의 전쟁’ 실적을 요구하며 다그치던 검찰과 그것에 충성하며 만만한 연예인들만 죽도록 괴롭히고 망신 주던 경찰이 만들어낸 죽음이다. 경찰이 온 세상에 요란하게 떠들고 망신 주며 수사를 시작했지만, 이선균 씨는 3차례나 이어진 소변 검사, 모발 검사, 겨드랑이털 검사 모두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또 세 차례의 경찰 소환조사 모두에서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이 철저히 준비한 것은 과학적 증거가 아니었다. 피의사실 불법 유출로 수사를 시작한 경찰은 수사 상황과 정보를 계속 언론에 유출했고, 이선균 씨가 출석할 때마다 수많은 카메라 앞에 세워 공개 망신을 줬다. 정치검찰의 수사 기법을 너무나 잘 배우고 따라 한 셈이다.

이선균 씨에 대한 경찰의 이런 태도는, 증거와 증인이 모두 있었고 마약 현행범에 가까웠던 이정섭 검사 처남에 대한 수사 태도와 극단적으로 대비된다. 부인이 직접 현장에서 신고했는데도 경찰은 증거물 접수를 거부하고 소환조사도, 마약 검사도 하지 않았다. 담당 수사관이 계속 교체되면서 석 달 동안 시간을 끌다가 수사는 불송치로 종결됐다.

이것은 이선균 씨에 대한 무리한 수사를 비판하자 경찰이 ‘제보가 왔는데 수사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한 것이 얼마나 우스운 변명인지 증명한다. 왜 이정섭 검사의 처남은 구체적이고 강력한 제보에도 아무 처벌도 안 받고 수사가 끝났는데, 이선균 씨는 당사자가 죽음으로써 수사가 끝나게 된 것일까. 검사의 처남이 아니어서?

셋째로 이것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씨와 같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는 눈치 보고 입조심을 하더니, 이선균 씨는 신나게 물고 뜯으며 클릭 수를 높이던 언론이 만들어낸 죽음이다. 족벌언론과 대부분 주요 언론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과 장모에 관한 각종 의혹들을 제대로 보도한 적이 없다.

이런 현상은 ‘윤석열 후보 검증 보도’에 대한 검찰의 <뉴스타파> 죽이기와 압수수색, 보복 수사 이후에 더욱 심해졌다. 최근 불거진 김건희 씨의 디올백 뇌물 동영상도 주류언론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정섭 검사 처남의 마약 범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이것을 고발한 강미정 씨는 어떤 언론도 보도해주지 않아서 결국 <뉴스공장>으로 찾아가 스스로 얼굴과 목소리와 이름을 그대로 다 드러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대부분 언론은 취재나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반면 이선균 씨의 경우는 주류언론과 방송의 180도 다른 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

마약과 연예인, 유흥업소는 선정적 보도로 조회수를 높이는 데 최고의 먹잇감이기 때문에 족벌언론들부터 앞장서서 클릭 수 장사에 뛰어들었다. 이선균 씨의 소변, 모발, 손발톱에서도 마약이 안 나오자 “검출 안 되는 신종마약 가능성”을 말하면서 물어둔 이빨을 빼지 않았다. 


KBS는 경찰이 흘린 것으로 보이는 사적인 문자 대화를 맥락을 잘라서 편집 보도하면서 이선균 씨를 결정적으로 망신주며 조롱거리로 만들었다. 해당 문자는 여기서 제시하지 않겠다. 
특히 ‘이선균-유흥업소 실장 문자 대화’를 야릇하게 보이도록 편집해서 ‘단독’이라고 공개해버린 KBS 뉴스의 죗값은 결코 사라질 수 없다. 낙하산 박민 사장이 들어와 ‘땡윤뉴스’를 만들기에 바쁜 KBS는 이렇게 경찰과 손잡고 ‘이선균 인간쓰레기 만들기’에 앞장섰다.

넷째로 이것은 ‘이때다’ 싶어서 뛰어들어 온갖 선정적인 ‘카더라’와 ‘아니면 말고’식 루머를 퍼 나른 사이버렉카 유튜버들과 악플러들이 만들어낸 죽음이기도 하다. 만만한 연예인들에 대한 온갖 선정적이고 과장된 소문을 퍼트리며 돈을 버는 것은 ‘가로세로연구소’와 같은 극우 유튜버들이 앞장서 개척한 거대한 시장이 됐다.

결국 이선균 씨는 더 버티지 못했다. 너무나 억울했던 그는 마지막에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자청하면서 결백을 입증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이브에 밤샘 조사를 하고 나오자마자, 또다시 퍼져나가는 악성 보도와 루머들을 보고서 절망했을 것이다. 나중에 무죄가 밝혀져도 무의미하다고 봤을 수 있다.

이미 이선균 씨는 영화나 드라마, 광고에서 하차하고, 출연했던 작품들은 상영이 중단되거나 취소되고 있었다. 광고주들이 그에게 청구할 손해배상액만 100억에 달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온갖 낙인과 주홍글씨가 찍혀서 이미지는 망가지고 좋아하던 연기도 하지 못하고 사랑하는 이들까지 같이 고통받는 삶을 상상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반면, 이선균 씨가 사망한 날 ‘연예인 마약 사건을 수사한 경찰들이 대거 승진했다’는 보도도 같이 들려왔다. 건설노조를 조직폭력배를 몰았던 경찰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활동가들을 탄압했던 경찰들도 같이 승진했다고 한다. ‘마약과의 전쟁’을 위해서라며 검찰 특활비도 거의 깎지 못했으니, 이제 검찰은 또 패밀리레스토랑과 스타벅스와 맛집을 찾아다니며 ‘마약과의 전쟁’을 할 수 있게 됐다.

이 비극 앞에 마지막으로 우리 스스로도 손을 놓고 팔짱 끼고 있지 않았는지 돌아보자. ‘선하고 반듯한 이미지이더니 그게 아니었네’, ‘출연료가 드라마 회당 2억이었다니 알부자였네’ 하면서 무심히 돌을 던지거나 괴롭힘을 방관하던 것은 아니었는지 말이다.

검찰과 경찰과 언론이 손잡고 누군가를 조리돌리며 망신 주고 낙인찍고 사냥할 때, 그 사람이 겉으로 보이는 것과 완벽히 일치하는 사람이었는지, 인간적 결함이 있는지 없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다. 이선균 씨만이 아니다. ‘종북’이라고 낙인찍혀서 소속된 당이 강제 해산당하고 9년 동안 감옥에 갇혔던 사람도 있었다.

‘내로남불의 위선자’라고 비난받고 조롱당하고 온 가족이 다 수사와 기소를 당하며 영혼까지 털린 사람도 있었고, 평생의 헌신을 부정당하고 ‘위안부 피해자들을 이용해 앵벌이를 했다’고 억울한 주홍글씨가 새겨진 사람도 있었고, 주변 사람들까지 300번이 넘는 압수수색을 당하고 주 3회씩 재판에 불려 다니고 있는 사람도 있다.

그 고통을 겪다가 누구는 죽고 누구는 살았지만, 모두가 영혼이 파괴됐다. 이런 세상에서 마음 편하게 살아갈 힘을 내는 것은 누구에게든 쉽지 않다. 옆에서 믿어주고, 손을 잡아주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인생작’이라고 꼽지만, 이제는 아픈 추억과 감정이 떠올라서 다시 보기 힘들어진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나오는 대사처럼 말이다.

“죽고 싶은 와중에 ‘죽지 마라 당신 괜찮은 사람이다 파이팅해라’ 그렇게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숨이 쉬어져. 고맙다 옆에 있어 줘서”
 

  •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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