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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코너대통령이 던진 '킬러문항' 오발탄, 교육현장만 쑥대밭
BY 민들레2023-06-28 08:4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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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느닷없이 투척했던 '수능 폭탄'이 어처구니없는 헛발질로 귀결되고 있다. 국정 최고책임자가 민감한 정책 사안에 대해

경박한 발언을 던지면 담당 부처의 영혼 없는 공무원들이 맹목적으로 이를 실행하려 허둥대고, 결국엔 국민들을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총체적 국정 난맥상이 또 한 번 반복됐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은 수능을 불과 5개월 앞둔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과도한 배경지식을 요구하거나 대학 전공

수준의 비문학 문항 등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의 문제를 수능에서 출제하면 이런 것은 무조건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것

아닌가"라고 구체적으로 '국어 비문학' 문항을 콕 집어 거론했다.

바로 다음 날 오전 교육부는 대입 담당 국장을 경질하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규민 평가원장은 6월 모의평가와 관련해 책임을 지겠다며 전격 사임하기까지 했다. 윤 대통령이 이른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을

제외하는 것을 사교육 대책의 핵심으로 보고 지난 3월부터 이런 문항을 배제하라고 여러 차례 지시했는데 담당자들이 이를 따르지 않아

6월 모의평가에 다시 킬러 문항이 등장했다는 게 이 모든 소동의 이유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황당한 결과가 나왔다. 지난 1일 시행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2024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

국어가 가장 쉬웠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평가원이 27일 발표한 채점 결과를 보면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36점으로, 6월 모의평가

기준으로 2016학년도 이후 표준점수 최고점이 가장 낮았다. 2023학년도 6월 모의평가의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49점, 2022학년도는

146점이었다.

표준점수는 수험생의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보여주는 점수다. 통상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떨어지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상승하고, 시험이 쉬워 평균이 올라가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하락한다. 입시업계에서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130점대를 기록하면 평이한

시험으로 본다. 140점 이상이 돼야 어려운 시험으로 통한다.

심지어 6월 모의평가에서 표준점수 최고점(만점)은 1492명으로 지난해 수능 당시 371명에 비해 만점자가 4배나 증가했다.

작년 6월 모의평가 때 59명과 비교하면 무려 25배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의 '격노'와는 정반대로 6월 모평에서 국어 문항이

너무 평이해 오히려 '물국어'였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인 것이다.

결정적으로 교육부가 6월 모평 중 킬러 문항이라고 밝힌 국어 14번과 33번 문항의 정답률은 각각 36.4%와 36.8%나 됐다. 두 문항 모두

지문과 문항이 EBS 교재와 연계된 문제였다. 킬러 문항은 입시업계에서 통상 상위권 학생들도 못 푸는, 한 자릿수대 정답률을 보일 정도의

초고난도 문항을 뜻하는데 10명 중 3명 이상이 맞추는 문제를 두고 대통령이 그렇게 난리를 치고 담당 고위 공무원들이 날아갔다는 게 납득이

안 될 수밖에 없다. 정답률이 30% 중후반대인 문제들까지 입시에서 배제하면 변별력 확보가 가능하겠느냐는 상식적 의문도 여전히 남는다.

게다가 대통령의 엄중한 '3월 지시사항'에 관해 아무 근거 자료가 남아 있지 않고 교육부와 평가원에 정책 반영이 된 흔적 또한 전무하다는

점은 더욱 어불성설인 대목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7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공정 수능'을

지시한 시점을 명확히 밝히라는 민주당 유기홍 의원 등의 질의에 "대통령이 저한테 구두로 말씀하셨고, 저도 직원들에게 구두로 여러 번

전달했다"며 별도의 기록은 남기지 않았다고 답했다.

 
야권은 윤석열 대통령이 분노했던 킬러 문항이 실제로 있기는 했는지, 6월 모의평가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에 교육부 국장이 전격 경질되고

평가원장이 사퇴한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강한 의문을 표시했다. 윤 대통령이 애초에 '3월 지시'를 한 일이 없는데 이주호 장관이 거짓말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8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교육부가 킬러 문항을 제거하겠다면서 3년 치 사례를 공개했는데

대통령 말 한마디로 쑥대밭이 된 교육 현장의 혼란이 더 가중되고 있다"며 "교육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서 긴 호흡으로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땜질식 조치, 즉흥적 조치로 교육 현장의 혼란을 야기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윤석열 정권은 킬러 문항 저격으로 수험생들을 '올킬'하는가?"라면서 "수능 등급별 비율은 1등급 4%, 2등급 11%,

3등급 23%, 4등급 40%다. 정답률로 치면 3등급 학생들이 너끈히 풀 수 있는 문제들을 킬러 문항으로 지목한 것"이라고 어이없어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콕 집어 말한 국어 문제 킬러 문항 지적은 일자무식 아마추어의 헛발질이었다"며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총알이 되어 교육계를 벌집 쑤셔놓은 듯한 교육 참사, 오발 참사임이 분명해 보인다"고 비꼬았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교육 문외한인 윤석열 대통령의 '호들갑'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의 '설레발'에 수험생과 학부모를 비롯한 교육현장은

일대 혼란을 겪어야 했다"며 두 사람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고, 장경태 최고위원은 "대통령 지시가 애들 장난도 아니고 객관적 자료도 없이

'느낌적 느낌'으로 어려움을 감지한 거냐. 정말 천공의 가르침 때문이냐"고 따졌다.

박성준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윤 대통령 취임부터 올해 6월 20일까지 교육부의 대통령 지시사항 이행 현황에는 '공정 수능' '대입'

'사교육' 등의 지시가 전혀 없다"면서 "교육부는 대통령 지시사항을 그렇게 주먹구구식으로 관리하나? 말도 안 되는 억지 변명으로

눈 가리고 아웅 하지 말라"고 다그쳤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정말 공정 수능 지시를 했는가?"라면서 "이주호 장관이 대통령의 '갑툭튀'

발언을 감싸기 위해 거짓말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의당 김희서 수석대변인도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뜬금없는 분노도 의아하지만, 그 분노의 대상마저 불확실하다.

당연히 개선의 방향은 오리무중"이라며 "오히려 교육부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부랴부랴 '킬러 문항'들을 선정하느라 진땀을

뺀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툭 던지고, 산하 기관은 대통령의 의중을 받드느라 억지스러운 대책을 만들어내는

윤석열 대통령의 스타일이 또 한 번 발현된 것"이라며 "국정 운영의 '입 리스크'가 이번에는 교육 분야였을 따름"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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