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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코너국힘당대표 간택에 대한 신경생리학적 해석 by 유시민
BY 민들레2023-01-23 10: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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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은 얼간이나 하는 게임’이란 말이 있다. 전당포의 네온사인이 시뻘겋게 어둠을 달구는 강원도 정선 읍내의 밤 풍경을 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가지고 온 현금을 다 쓰고, 현금 서비스 한도까지 자동인출기에서 돈을 뽑고, 반지와 시계를 팔고, 타고 왔던 자동차를 담보로 대출을 받고, 그 돈을 다 잃은 후에도 바닥에 떨어진 칩을 줍고 음식을 구걸하면서 카지노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꼭 얼간이라서 그런 건 아니다.

복권부터 경마, 스포츠 토토, 암호화폐, 주식과 선물거래까지 대부분의 국민이 합법 도박을 한다. 불법 도박 사이트를 몰래 드나드는 이도 드물지 않다. 얼간이만 도박을 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왜 도박을 할까? 여러 이유가 있지만 운이 좋으면 돈을 딴다는 게 결정적이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행운이 찾아들 확률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고 불운을 만날 확률을 실제보다 낮게 추산하는 경향이 있다. 통계학과 경영학을 전공하는 미국 아이비리그의 대학생들 역시  마찬가지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게다가 도박은 결과의 불확실성 때문에 짜릿한 긴장과 재미를 준다. 한 번 스릴을 맛보면서 돈을 따면 누구나 도박에 빠질 수 있다. 우리 뇌는 예상이나 기대보다 큰 보상을 받는 경우 행복한 감정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을 다량 분비한다. 세로토닌이나 도파민 농도가 한 번 올라가면 우리의 뇌는 그 수준을 유지하려고 금단증상을 일으킨다. 그래서 술, 마약, 도박에 빠지면 쉽게 헤어나지 못한다. 정치도 그런 면이 있다.

윤석열 검사들의 인간 사냥

검찰이 ‘성남FC 사건’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조사한 게 불과 보름 전인데 이번 주에는 ‘대장동 사건’과 관련하여 출석을 요구했다. 실체가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빌미로 또 출석 요구를 할 태세다. 검찰은 법리적으로 말이 되든 되지 않든 기소할 수 있는 모든 혐의를 모두 열거해 그를 법정에 세울 것이다. 일부라도 유죄판결을 받아내면 성공이다. 사모펀드 비리를 내세워 시작했던 조국 법무부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그런 식으로 진행했고, 결국 사모펀드와는 무관한 동양대 총장 표창장이나 인턴 증명서 같은 문제로 배우자에 대한 중형 선고를 받아냈다.

윤석열 사단의 검사들이 인간을 사냥할 때는 오로지 결과만 추구한다. 사실이나 진실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며 떳떳한 방법만 쓰지도 않는다. 비열한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목표물을 사냥하는 데 집중한다. 지금까지의 이재명 수사를 보라. 대장동 사업의 주역 김만배 씨와 금전 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난 사람이 누구인가. 윤석열 대통령 아버지의 집을 김만배 씨의 누이가 샀다.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 때 윤석열 검사를 조사팀장으로 기용했던 박영수 특별검사는 대장동에서 떼돈을 번 화천대유의 고문이었고 딸은 직원으로 일했다. 그는 아들이 퇴직금 명목으로 50억 원을 받은 곽상도 의원과 함께 ‘50억 클럽’ 멤버였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 클럽에는 검찰총장이나 청와대 민정수석 같은 고위직을 지낸 전직 검사도 있고 신문사와 통신사를 여럿 소유한 언론계의 큰손도 있다.

최근에는 여러 언론사의 기자들이 김만배 씨한테 거액의 현금을 받았거나 명품 구두를 얻어 신었거나 현금봉투가 딸린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대장동 사업과 관련하여 김만배 씨한테 돈을 받지 않은 사람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하나뿐이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곽상도 의원 말고는 ‘50억 클럽’의 누구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오로지 이재명 대표만 집요하게 괴롭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재명 대표를 범죄자라고 확신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을 말을 쏟아낸다. 그들은 지금 국가를 운영하는 게 아니다. 사람을 사냥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유승민과 나경원의 죄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제거하는 데만 관심이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어지는 일을 보니 그게 아닌 것 같다. 내가 대통령을 오해했다. 그는 검찰을 시켜 가장 유력한 정적 한 사람을 숙청하는 정도로는 충분한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모든 권력을 혼자 차지해야 만족할 분위기다. 극단적인 권력 중독 증상이 아닌지 의심할 만하다.

유승민 의원은 대선 후보 경선의 경쟁자였다. 그가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국민 여론조사에서 일등을 하자 ‘윤핵관’이 장악한 당 지도부는 여론조사를 일부 반영하도록 했던 당규를 고쳐 당원 투표만으로 당대표를 뽑게 하고 결선투표제라는 안전장치까지 도입했다. 유승민이 당대표가 될 가능성을 원천봉쇄한 것이다. 유승민의 ‘죄’는 무엇인가. 후보 토론회에서 천공과의 관계를 추궁함으로써 윤석열 후보의 무속적 세계관을 노출시켰다. 대통령은 그 일을 잊지 않았다.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유승민 의원이 일등이지만 당원과 지지층 여론조사에서는 나경원 의원이 일등이었다. 나경원 의원이 당 대표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장관급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직을 사임하자 대통령은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해임’했다. 나경원을 싫어한다고 만천하에 알린 것이다. 그러자 초선의원 수십 명이 나경원을 비난하는 연판장을 돌렸고 ‘윤핵관’들이 앞을 다투어 나경원을 저격했다. ‘검찰 캐비넷’을 연다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고 나경원 의원이 대출을 받아 구입한 빌딩을 매각한 것을 부동산 투기로 규정하는 폭로가 터졌다. 나경원 의원은 ‘해임은 대통령 뜻이 아닐 것’이라고 말한 것을 공개 사과하면서 눈을 깔았다. 나경원의 ‘죄’는 확실한 ‘친윤’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경원 의원이 출마를 포기할 확률이 50.1퍼센트쯤 된다고 나는 판단한다. 그럴 경우 ‘윤심’을 내세우는 김기현 의원이 국민의힘 당대표실에 무혈 입성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여당에서 벌어질 다음 사태는 무엇일까? 아마도 ‘공천 학살극’일 것이다. 김기현 의원은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을 때 인지도가 낮고 지지율이 미미했다. ‘윤심 마케팅’으로 당원 지지율을 높인 지금도 국민 지지율은 바닥 수준이다. 리더십이 뛰어나다거나 실무에 밝다는 평가를 받은 적도 없다. 그런 사람을 윤석열 대통령은 왜 당대표로 만들려고 하는가. 권력을 독점하고 싶어서다. 그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무슨 권력? 공천권이다. 내년 총선 국민의힘 후보는 ‘윤핵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결재를 받아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은 군말 없이 그 작업에 협력할 당대표로 김기현 의원을 간택했다.

탄핵 트라우마     

윤석열 대통령은 왜 굳이 공천권을 장악하려는 것일까?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 특별한 목적이 없는 중독증상의 발현 때문이다. 그는 너무 쉽게 대통령이 되었다. 한 일이라고는 조국 가족을 사냥한 것뿐인데, 민주당의 재집권을 저지하려는 족벌언론‧재벌언론‧토건언론이 공정의 화신인양 윤석열을 추켜세우고 이재명은 패륜아로 모함했다. 윤석열은 검사 말고는 아무런 공직 경험도 없이 졸지에 대통령이 되었다. 윤석열 자신과 ‘윤핵관’들은 기대를 뛰어넘는 보상을 받은 탓에 도파민과 세로토닌을 비롯해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동시에 공격성을 띠게 만드는 신경전달물질에 과다 노출되었다. 그런 행복감을 계속해서 느끼려면 자신이 원하는 사람한테 국회의원 후보 자리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그걸 하지 못하면 심각한 금단증상에 시달리게 된다. 그래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노골적이고 거친 방법으로 유승민 의원의 당대표 당선 가능성을 제거하고 나경원 의원의 출마를 막는 것이다.

둘째,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악몽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과 무소속 의원 171명이 발의했다. 탄핵 가결에 필요한 재적의원 2/3에 한참 모자랐다. 그런데 투표 결과 234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60여 명의 새누리당 의원들이 탄핵에 가담한 것이다. 그렇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여러 관점 가운데 ‘공천실패론’이 있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과 측근들은 ‘진박 후보’를 감별하느라고 최선을 다했다. 선거 결과가 아주 나쁜 건 아니었다. 제1당 지위는 내주었지만 의석수는 122석으로 민주당보다 하나 적었을 뿐이고 정당 득표율은 오히려 높았다.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이 탄핵에 가담하지 않았으면 박근혜 대통령은 쫓겨나지도 않았고 구속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확실한 ‘친윤’ 충성파를 공천해야 한다. 그 때문에 의석을 조금 손해 본다 하더라도 잠재적 배신자를 국회의원으로 만드는 것보다는 낫다. 유승민이 당대표가 되면 그런 작업을 할 수 없다. 나경원도 믿기 어렵다. 인기도 없고 능력도 없지만 말을 잘 듣는 김기현이 딱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들은 그렇게 판단한 듯하다.  

대박 또는 쪽박

당무에 개입하고 당대표를 낙점한 윤석열 대통령의 행위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권력 중독에 걸렸고 탄핵 트라우마에 시달린다면 나였어도 그렇게 했을 것 같다. 그런데 이건 도박이다. 그냥 도박이 아니라 많지도 않은 밑천을 ‘올인’하는 위험한 도박이다. 결과가 ‘도 아니면 모’여서다. 대통령과 ‘윤핵관’의 계획대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구를 ‘친윤’ 후보로 채우고 대통령을 앞세워 선거전을 펼친다고 하자. 제1당이 되기만 하면 대박이다. 과반 의석을 얻기라도 한다면 로또 일등을 한 것과 다름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들은 임기 끝나는 날까지 뭐든 마음대로 해도 된다.

하지만 위험이 너무 크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은 이념으로 사람을 규합하지 못한다. 이념이라고 할 만한 신념체계를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윤핵관’과 나경원 비난 연판장을 돌린 수십 명의 초선의원들은 신념이 아니라 이익 때문에 ‘친윤’ 행세를 하고 있다. ‘친윤’ 행세가 손해임이 명백해지면 언제든지 ‘비윤’ ‘반윤’으로 돌아설 사람들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그렇게 해서 국회에서 탄핵을 당했다.

국민의힘이 ‘친윤’ 일색으로 후보를 공천하고 대통령 마케팅으로 선거전을 폈다가 총선에서 참패하는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그 많던 ‘친윤’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고 대통령의 당적 이탈을 요구하는 정치인이 그 자리를 채울 것이다. 김기현 의원이 당대표가 되어 선거를 치렀을 경우 지도부가 물러나고 또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 것이다. 해체 수준의 재창당을 외치다가 당명을 바꾸고 윤석열 대통령과 무관한 정당처럼 행세할 것이다. 지금은 입을 다물고 있는 사람들이 윤석열 대통령 내외의 감추어진 비밀을 밖으로 흘려보낼 것이다.

그게 잘못된 일이라는 게 아니다. 정치와 세상사와 사람의 본성이 원래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이야기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이 얼마나 고독한 자리인지 그때야 알게 될 것이고, 그 고독함을 이겨내는 데 무속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깨닫게 될 것이다. 그 많던 ‘친윤’ 정치인들이 윤석열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친윤’ 행세를 했다는 사실에 주먹을 쥐고 소리를 지르며 분개할 것이다.

내년 봄 총선 결과를 어찌 미리 알겠는가. 윤석열 대통령의 당무 개입과 선거 지휘가 쪽박일지 대박일지는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권력에 중독된 권력자가 품위 있고 행복하게 인생을 마무리한 사례는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새 역사를 창조한다면 나도 천공의 추종자가 될 의향이 있다. 하하.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www.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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