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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종교 생활평정심(平靜心)과 마음의 지향성(志向性)
BY Ariya Kusala2022-04-16 00:53:44
만약 누군가 나에게 사마타 명상, 혹은 선정 수행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없이 “평정심(平靜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집중을 통해 깊은 선정에 들어 그 속에서 지혜를 계발할 수도 있고 신통력을 얻을 수도 있다고 하지만 필자에게는 그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사마타 수행을 통해 ‘마음이 지극한 고요한 상태’를 확인 하는 것이다. 깊은 명상(선정) 속에서 마음이 얼마나 고요해질 수 있는지 알아야 명상에서 빠져나와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는 우리의 마음이 주변 상황의 변화에 얼마나 심하게 휘둘리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명상 속에서 번뇌를 포함한 모든 마음의 작용이 가라앉은 상태가 되어야 우리는 비로소 고요한 마음, 순수한 마음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평정심이다. 평정심을 요즘 말로 하면 컴퓨터 작업을 하는 동안 켜놓았던 모든 프로그램을 닫고 ‘절전’ 버튼을 누른 것과 같다 [전원 버튼을 눌러 끈 것이 아니다]. 인간을 컴퓨터와 같은 기계에 비유하는 것은 좋은 비유는 아니지만 마음을 컴퓨터 프로그램과 같은 소프트웨어가 돌아가는 바탕이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마음이라고 흔히 부르는 의식은 기억, 사고, 계획, 계산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의식의 가장 기본적인 속성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의식의 ‘지향성(志向性)’을 들 수 있다. 지향성은 의식이 늘 어떤 것에 쏠리는 성질을 말하는데, 우리의 의식은 깨어있는(작동하는) 동안 끊임없이 무언가 대상을 찾아다닌다는 것이다. 지향성이라는 의식의 기본 속성을 생각하면 어쩌면 우리 의식의 존재목적 자체가 무언가 대상을 알아차리기 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의식의 지향성을 생각하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주의(注意)’라는 단어 역시 의식의 지향성을 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의라는 단어의 뜻 역시 ‘의식을 어떤 방향으로 쏟는다’라는 뜻으로, 다만 주의는 지향성에 비해 좀 더 의도적이고 지속적으로 특정 대상에 의식을 집중해 기울인다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사마타 수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평정심, 또는 순수한 상태의 마음이란 이렇게 일상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쫓아서 달리고 있던 마음(의식)을 명상을 통해 멈춰 세우고 그 멈춰있는 마음을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뻗어나갈 대상이 사라져(마음의 작용이 가라앉아) 없기 때문에 의식이 더 이상 바깥의 대상으로 쏠리지 않고 의식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바로 필자가 생각하는 깊은 명상 속에서 평정심 상태이다. [사족: 사마타 수행에 얼마나 숙달이 되었는지를 가늠하기 위해 수행자 개개인이 일상에서 얼마나 자주 능숙하게 마음이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의 지향성을 매순간 명확히 안다면 이는 통찰명상이라고 불리는 위빠사나 수행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출처] 평정심(平靜心)과 마음의 지향성(志向性)|작성자 AriyaKusa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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