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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수다 방
수다방 산만- 분명한 것은 그 정도가 무쟈게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BY Han2022-01-12 23:58:32
<산만> 분명한 것은 그 정도가 무쟈게 심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거스름 돈을 세면서 머릿 속에선 동네 문화 행사 홍보 문구를 작성하질 않나? 그러다 보니 엉뚱한 손님에게 돈을 세어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고. 책을 읽는데 두어 낱말만 읽어도 눈은 글에 있는데 머리는 다른 생각으로 꽉 찹니다. 발걸음 많은 길 거리 쓰레기통이 순식간에 꽉 차는 것처럼. "가" 가 앞에 있는데 "나"와 "다"와 "라"에 대한 생각이 빛의 속도로 왔다가 사라지는.... 고객들이 몰려들 때 빠른 시간 안에 여러가지 일들을 처리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 많아서였을까? 아니면 나이가 들면서 의례히 생기는 현상일까? 이제 마음을 챙겨야 할 때가 왔습니다. 밥을 먹을 땐 밥만 생각하려고 합니다. 김치를 먹으면 김치의 맛을 느끼려고 합니다.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데도 자꾸 힘이 들어가는 어깨를 의도적으로 풀어주려고 합니다. 잠자리에 들면 주기도문이나 정구업진언을 외웁니다. 요즈음엔 설장구 가락을 외웁니다(이게 최곱니다). 덩덩 따따 쿵따닥 따닥 따쿵 따구 .... 책을 읽을 때 생각이 다른 곳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잡습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사방으로 기어가려고 하는 것을 데려다가 방 한가운데로 옮기는 것과 같이. 또 하고 또 하고. 마음을 챙기고 있습니다. 내가 숨을 쉴 때 그 숨이 어디로 흐르는지 생각해 봅니다. 다른 잡념을 떨쳐 버리기 위해서. 그 집중이 흩어지면 또 하고 또 하고... 싸울 때 딱 한 놈만 잡고 패라는 넘버 쓰리 형님의 말이 물론 현실에선 힘들지만 그래도 그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머릿 속이 온갖 걱정, 근심, 욕정, 망상 등으로 이렇게 꽉 차있다는 것을 이제라도 "알아차렸음(awareness)" 이 다행입니다. 이제 바로 지금 있는 그 순간에 집중(attention) 하려고 합니다. 전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될 때까지 계속 노력을 하다보면, 일을 하거나 쉬거나 잠을 자려고 할 때도 마음은 어느정도 "아무 것도 없음으로 가득차(mindfulness)"지 않을까요? 덩 덩 덩 덩 더더덩덩~~~ 덩 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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