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관세전쟁’의 북새통에도 수출액이 6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선방했다. 주력 상품인 반도체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자동차 수출 또한 6월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수출 호조세에 힘입어 6월 무역수지 흑자가 2018년 9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관세 영향 등으로 대미 수출과 대중 수출은 동반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방한 상반기와는 달리 하반기 수출 실적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향후 한미 관세 협상 결과가 수출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관세전쟁’의 여파 속에서도 선전한 상반기 수출실적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0.03% 감소한 3347억 달러로 집계됐다. 사실상 작년과 같은 수준이다. 역대 상반기 수출액 실적 중 2022년·2024년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상반기 수입액은 1.6% 감소한 3069억 달러로 나타났다. 무역수지는 작년 같은 기간(230억 달러 흑자)보다 48억 달러 증가한 278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2018년 상반기 이후 최대 실적이다.
트럼프발 ‘관세전쟁’의 여파 속에서도 수출과 무역수지가 선방한 배경에는 역대 상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낸 반도체가 있다. 상반기 반도체 수출액은 732억 70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4% 증가해 역대 1위를 기록했다. 반도체는 2023년 4분기부터 7개 분기 연속으로 수출 플러스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DDR5 등 고부가 제품 수요가 견조한 가운데 올해 들어 주요 메모리 제품의 고정 가격도 순차적으로 반등해 반도체 수출 상승세를 이끌었다.
반도체와 함께 양대 수출 품목인 자동차의 선전도 주목된다. 자동차는 미국의 25% 품목 관세의 직접적인 타격을 맞았다. 올해 상반기(1월 1일∼6월 25일) 대미 자동차 수출액이 153억 4000만 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무려 16.8% 감소한 것이다.
한편 지난 4월 3일부터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자 국내 자동차 기업들은 피해 최소화를 위해 미국 현지 전기차 생산을 본격화했다. 이 전략은 현재까진 주효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등 한국 자동차 메이커의 미국 내 시장 시장 점유율은 올해 들어 역대 최고치를 쓰는 등 선전 중이다.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철강·알루미늄, 자동차·자동차 부품 등 주요 수출품에 트럼프 행정부의 품목 관세가 시행됐고, 지난 4월부터는 기본관세 10%까지 부과된 상황에서 상반기 수출은 기존 예상보다는 선전했다는 평가가 많다.
‘관세폭탄’ 등의 여파로 상반기 대미·대중 수출은 나란히 감소해
한편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고율의 관세 장벽을 높이 치면서 상반기 미국 시장으로의 수출·수입은 모두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대미 수출은 621억 8000만 달러로 역대 두 번째 규모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감소하면서 미 관세 조치의 영향을 피해 가지 못했다.
대미 수출 양대 품목인 자동차(-16.8%)와 일반기계(-16.9%) 수출이 부진하면서 전체적인 수출 감소로 이어졌다.
상반기 대중 수출도 줄었다. 상반기 대중 수출은 604억 90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6% 후퇴했다. 대중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9.6%)와 일반기계(-4.8%), 디스플레이 (-5.7%) 수출이 감소하면서 전체 수출 감소로 이어졌다. 다만 감소율은 1분기(-6.8%) 대비 2분기(-2.6%)에 축소되는 흐름이다.
서가람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미 수출이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품목 관세를 부과받는 자동차·철강의 마이너스 폭이 특히 크다”며 “대미 무역수지도 흑자 폭이 줄고 있다. 수치로 나타난 것 이상으로 현장에서는 미 관세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미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서가람 무역정책관은 대중 수출 감소와 관련, “중국의 내수 부진, 반도체 등 품목을 스스로 생산해서 대체하는 경향 등으로 대중국 수출은 중장기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라며 “또 미 관세 영향으로 중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수출 물량이 둔화하면서 우리의 대중국 부품수출도 줄어드는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반기 선방 원인은 밀어내기? 그리 밝아보이지 않는 하반기 수출 전망
‘관세전쟁’의 여진 속에서도 상반기 수출이 선방한 데 대해선 다른 해석도 있다. 오는 7월 8일 상호관세 시행을 앞두고 미국 현지 기업들이 수입을 서두르면서 한국의 상반기 수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대미 수출에서 반도체와 바이오헬스 수출이 늘어난 것을 두고 품목·상호관세 시행 전 ‘밀어내기식’ 수출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통화에서 “오는 7월 상호관세 유예 종료를 앞두고 미국 내에서 수입을 많이 늘리는 추세가 상반기 수출 실적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철강과 자동차에 대해 고율의 관세가 부과된 상황에서도 대미 수출 감소 폭이 예상보다 덜했다”고 말했다.
만약 ‘밀어내기식’수출이 상반기 수출 선방의 주된 원인 중 하나라며 하반기 수출전망은 더욱 어두워진다. 동맹은 안중에 없이 자국의 이익 극대화에만 혈안인 트럼프가 눈을 부릅뜨고 있는 마당에 한미 관세 협상 결과가 대한민국에 그리 좋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인 대한민국이 수출에서 활로를 찾지 못한다면 방법이 막연해진다. 이재명 정부는 대중국 관계의 개선을 통한 대중국 수출 확대 등의 묘방을 필사적으로 찾아야 할 것이다.
한국의 5월 수출이 작년보다 1.3% 감소하면서 수출 증가율이 4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핵심 주력 상품인 반도체 수출은 역대 5월 최고치를 기록해 양호했지만, 미국의 관세 부과 영향에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대미 수출이 전달에 이어 감소했다. 사진은 1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2025.6.1. 연합뉴스